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새 제품을 받을 때입니다. 아무도 건들지 않은 새로운 제품을 받았을 때 따끈따끈 한 새것이라며 좋아들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일 때 가장 못나보이고 아무런 흔적도 없기에 못난 신발이라고 평가받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오래 신을수록 값어치가 올라간다는 이 신발 브랜드, 왜 더럽고 낡은 신발이 더 낡아질수록 값어치가 올라간다고 하는 걸까요?
레드윙은 가죽이라는 특성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년변화가 일어나는 점을 보여주며 신발은 주인을 닮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본인의 본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본인의 발걸음, 본인의 생활 습관이 담겨있는 신발이 아닐까요?
이런 모습 때문에 레드윙은 새 신발일 때 가장 못난 신발이라는 평을 받습니다.
레드윙의 설립 배경을 위해 1800년대 후반 미국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870년대 이래로 레드윙은 밀 밀 산업의 중심지로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미네소타와 미니애폴리스를 연결하는 철도가 놓이고 그 노선에 위치한 세인트 앤서니에 당시 가장 큰 규모의 밀가루 공장이 들어서면서 레드윙은 밀 산업의 주도권을 뺏기게 되었고,
또한, 레드윙에 미 공병대가 주둔했기에 미시시피강을 오가는 물류를 원활히 수급하기 위한 토목공사들이 다수 이루어졌죠.
이에 1905년 찰스 H. 백맨은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되고, 많은 공사가 한창이던 지역 노동자들의 부츠를 제작,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레드윙의 이름은 레드윙 시티의 용맹한 인디언 부족인 타코타 부족의 족장 '레드윙'이 지배하던 지역으로 레드윙은 한 번도 전쟁에서 패배한 적 없는 전설적인 족장이었다고 합니다.
이 족장의 이름과 지역의 이름을 따와 제작되어 시작됩니다.)
처음엔 작은 규모로 시작했으나 곧 광산, 철도, 농장, 공장, 건설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장들이 본인들의 직업에 적합한 부츠 제작을 의뢰하였고 이에 따라 규모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1908년에 시내에 공장을 지었고, 1920년대부터 본격적인 업종별 특수성을 반영한 모델들을 선보였습니다.
레드윙은 최상의 품질의 가죽으로 또 유명한데요, 1872년 레드윙(지역)에 문을 연 최상의 가죽 품질을 제공하는 S.B 풋 태닝 컴퍼니에서 가죽을 구입해서 꾸준히 사용하다가 1987년에 이 회사를 사들여 직접 유통 및 가공하는 브랜드가 됩니다.
레드윙은 그 해리티지가 분명한 브랜드로 지금까지 최초 제작된 모델의 기본적인 특징과 쉐잎은 유사하며 세세한 디테일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시대에 발맞추고 있습니다.
1905년 처음 선보인 오리지널 부츠는 8인치의 긴 버전으로 종아리 부분에 끈을 고정하는 버클과 클립으로,
1920년에는 석유 공장 노동자를 위한 오일 킹 부츠를 제작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특수직종에 맞춘 기능성 부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는데요.
레드윙의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인 9111은 1919년에 처음 선보인 농부를 위한 부츠로, 플레인 토 모양과 진흙이 잘 달라붙지 않도록 우둘투둘한 크레이프 밑창을 댄 것이 특징입니다.
밑창은 여러 해 동안 변화해왔는데, 1920년대부터 고무로 1950년대부터 크레이프 밑창을 도입합니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모델과 동일한 하얀색 웨지 형태의 트랙션 트레드가 도입됩니다. 옆면 이음새는 세 가닥 스티치로 고정하였고 밑창은 굿이어 웰트 기법으로 고정했습니다.(레드윙의 모든 모델이 굿이어 웰트 기법을 사용합니다.)
1920년, 또 대표적인 모델인 8111은 광산의 광부를 위한 부츠로 아이언 레인저라는 모델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우 튼튼한 프리미엄 가죽에 오일을 입혀 내구성을 강화하고 끈을 고정하는 구멍과 훅은 니켈에 크롬 도금. 밑창은 니트릴 코르크로 제작되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낙하하는 돌이나 바위들로부터 발 앞부분을 보호할 수 있도록 토 부분에 가죽을 한 장 덧대어 제작되었는데, 이 앞코 이중 레이어는 나중에 스틸 토 부츠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1차 대전을 건너 2차 대전까지 미군의 군용 부츠를 제작하였는데, 최상의 퀄리티만 고집하는 미군에서 레드윙의 1088을 인정하여 보급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워크 부츠로 유행하게 됩니다.
또한, 미국의 공식 우체부를 위한 신발로 레드윙의 포스트 맨(post man)이 채택되기도 하며, 미국의 국가에서 인정받은 미국 가죽을 사용하여 미국인의 손을 거쳐 미국에서 생산한 신발이 된 것입니다.
(레드윙은 이를 강조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모든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지는 않습니다. 원산지 표기도 제품별로 미국제조(made in USA), 수입 소재를 사용해 미국 제조(made in USAand imported parts), 미국에서 조립(assembled in USA, 중국 제조 등으로 나뉜다.)
이어서 1934년 증기기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던 시기인데, 이때 기관사들의 발을 뜨거운 증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엔지니어드 스틸토 2266은 당시에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매우 큰 인기를 끌었는데, 1950-60년대 바이커들 역시 뜨거운 엔진 열에 보호받기 위함과 패션으로 이 제품을 사용하며 큰 인기를 유지해 해리티지 라인으로써 성장하게 됩니다.
1952년 아이리시 세터라는 헌팅 부츠 라인이 전개됩니다. 가죽의 컬러가 사냥개의 품종인 아이리쉬 세터의 털 색깔을 연상시켜 붙여진 이름인데, 이후 가죽 색이 틀리더라도 헌팅 부츠 라인에는 아이리시 세터라는 이름이 붙게 됩니다.
또한 다른 레드윙 가죽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기존 레드윙 가죽은 경년변화(에이징)가 일어나는 반면, 아이리쉬 세터 가죽의 경우 벗겨짐으로 안에 또 다른 색이 발색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조금 더 고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8인치 모델인 877, 6인치 모델인 875와 함께 대표적인 클래식 목 토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목'이라는 것은 인디언의 신발인 모카신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이 라인은 사냥꾼을 위해 만든 부츠로 부츠의 발목부분을 높게하여 무성한 풀이나 나뭇가지, 벌레로부터 안전하도록 제작되었지만, 같은 이유로 노장이나 공장에서 추위로 고생하는 노동자들에게 고루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제작 당시에는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에는 비싸고 둔탁하여 성능도 떨어졌지만, 당시 도입한 아이디어들이 각 제품을 대표하는 개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됩니다.
또한 당연하게도 1980년대부터 레드윙 역시 일본에서 아메리칸 빈티지 붐이 일어나며 치페와, 쏘로굿, 웨스코 등과 함께 급속도로 패션계로 흘러들어오게 됩니다.
한국에는 2012년에 공식적으로 론칭되어 들어왔지만, 이전에 기무라 타쿠야가 신은 레드윙의 목토 제품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해외구매를 하는 등 사랑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레드윙의 인기는 패션보다는 평생 가는 퀄리티, 격식보다 실용주의를 우선하는 그들의 자세에 있는데요, 안티 패션과 같은 맥락으로 Out of fashion을 지향합니다.
유행이 아닌 각자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부츠로써 자리매김하여 오히려 지금 시대에 맞게 '남들과 다른 나'를 해리티지를 앞세워 브랜딩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의 삶과 함께 변해가는 가죽에 더불어 평생 가는 신발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타투이스트와 콜라보하여 신발에 타투를 새기는 등 그들의 고유성은 지키면서도 시대에 발맞추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들도 직원 교육을 아주 철저하게 시키는데 역사수업을 하듯 모델을 하나하나 전부 꿰고 있어 손님이 매장에 방문하여 이것저것 물어보게 된다면 막힘없이 설명하고, 그 역사성과 사용에 대한 설명에 매료되어 구매하게 되는 마케팅을 구사합니다.
레드윙은 사후관리도 매우 잘해주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가죽신발이 사실 관리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가죽 청소부터 크림을 발라주고 오일을 발라주고 관리를 해주어야 나중에 아름다운 신발로 거듭나기에 '새 신발일 때 가장 못난 신발'이라는 별명도 붙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3개월 주기로 방문하면 직접 관리해주는 시스템도 도입하고, 손님들로 하여금 가죽 관리법을 교육하는 등 한번 구매한 손님은 연쇄적으로 레드윙의 다른 신발도 수집하게 되는 신기한(?) 마법을 보여줍니다.
한 가지 더 레드윙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도 존재하는데, 해리티지가 존재하는 신발을 내 마음대로 다른 해리티지를 보유한 신발의 밑창을 교환하여 새로운 신발을 만든다던지, 레드윙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동일한 제품을 각기 다른 제품으로 만들어 내었고, 그 신발은 주인을 닮아간다.라는 브랜딩을 보여주며 소유욕을 자극합니다.
국내에서는 또 바이커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21년 파주에 리로드(Reload)를 오픈해 바이커 카페로써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면서도 개인의 삶을 강조하는 레드윙.
제품의 변화는 없지만 꾸준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100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시대에는 어떤 식의 변화를 보여줄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그들의 매장이나 홈페이지를 가면 더 확실한 그들만의 색을 느낄 수 있는데요, 방문해 보고 그들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100년 넘게 지켜온 브랜드의 면모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https://www.redwingheritage.kr/
레드윙의 대표 조지 컬리
'좋은 부츠는이력서입니다.한 사람의 인생을 대신 말해줍니다.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새겨지게 되지요.’
'라이프스타일 - 패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적은 지구,환경을 파괴한다면 팔지 않겠다. <Patagonia 파타고니아> (2) | 2023.01.05 |
---|---|
쓰레기로 만든 진짜 가방 <Freitag 프라이탁> (0) | 2023.01.03 |
무엇이 이 브랜드를 100년 이상 사랑받게 했을까? <Carhartt 칼하트> (0) | 2022.12.16 |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 <Polo Ralph Lauren 폴로 랄프 로렌> (1) | 2022.12.12 |
아메리칸 캐주얼 다 완성했는데 가방은 뭐 들어야해? <Filson 필슨> (1) | 2022.1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