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워크웨어의 원조, 올해로 123세가 되는 칼하트는 오랜 기간을 이어오면서 그 가치관이나 브랜딩의 변화 없이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지금까지 소개된 밀리터리나 워크웨어 브랜드와 더불어 클래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WIP라인을 만들어 젊은 세대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인데요.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으며 여기에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아닌 젊은 세대까지 공략하며 그들을 잡을 수 있었을까요?
칼하트는 해밀턴 칼하트(Hamilton Carhartt)에 의해 1899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두대의 미싱(재봉틀)과 다섯 명의 직원으로 '해밀턴 칼하트 앤 컴퍼니'를 설립하지만 곧바로 실패하게 됩니다.
시장조사 없이 시작된 브랜드로 처음에는 실패를 맛보지만, 이를 계기로 칼하트는 실제 철도 노동자를 불러 작업할 때 쓰이는 도구들이나 작업 방식 등을 묻고 조사하는 등 실제로 필요한 옷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아주 튼튼하고 오래가는 오버올스가 이들의 니즈다 라는 결론과 함께 곧바로 제작에 들어갔고, '정직한 가격에 정직한 가치'라는 모토로 약한 이음새를 튼튼한 실로 박음질하고 리벳으로 단단히 고정한 비브 오버올스를 제작하게 됩니다.
이 제품은 시장에 바로 먹혀들어갔고 이렇게 바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1910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 직조 공장을 설립하고,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샌프란시스코 등지에 바느질 설비까지 갖춘 대형 회사로써 성장하게 되자 칼하트는 사업 확장에 나섭니다.
1911년 칼하트 오토모빌이라는 자동차 회사를 열었는데요, 아쉽게도 이는 2년 만에 철수하게 되고, 의류에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성공했다면 칼하트의 로고가 달린 자동차를 맛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1차 대전이 일어나자 공장 일곱 곳을 군복 제조용으로 정부에 제공하고, 군복을 제작하기도 하였으며, 2차 대전에는 미 해군과 공장 여성 노동자들에게 워크웨어를 제작해 납품하기도 했습니다.
1917년에는 그 유명한 초어 코트가 발매되는데요, 이는 최근까지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품으로 2014년에 개봉한 <인터스텔라>의 쿠퍼와 머피가 입은 옷도 초어 코트이죠. 이 제품은 칼하트가 처음 선보인 제품으로 덕 캔버스에 코듀로이 칼라 등 형태나 소재 등이 지금까지도 거의 변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클래식이 되어버린 셈이죠.
(머피가 입은 코트가 버튼형으로, 버튼형이 오리지널 디자인)
1923년 경제 대공황이 찾아왔는데, 이 시기에 칼하트의 정신과 이미지 아이덴티티가 빛을 발합니다.
단순히 옷이나 그들이 보여주는 연출이 아닌 진정한 브랜딩의 면모를 보여주었는데요, 워크웨어를 생산하는 그들은 정직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나 의류 제조업 같은 경우 공장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이나 대우 등에 신경을 쓰지 않고 초과근무나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등 욕을 많이 먹고 화두가 많이 되고 있죠.(최근까지도 이런 일은 다사다난하죠.. 특히나 그 시대에는 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칼하트는 경제 대공황, 국가 전체가 흔들리고 모두가 고생하여 어떻게든 돈을 아끼고 벌어내려는 이 시기에도 8시간 근무제도를 유지하는 등 공장 노동자의 권리를 준수한 것으로 상당히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라 전체가 흔들리니 영향을 받아 공장을 계속해서 폐쇄하게 되었고, 1930년에는 공장이 세 곳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1937년 칼하트가 사망하고 그의 아들인 와일리 칼하트가 운영을 이어가게 되는데, 가난의 고통에서 나라를 구하자라는 모토 아래 '땅으로 돌아가자'라는 캠페인을 시작하며 농가와 목장에서 입는 의류에 집중하며 이어나갑니다.
또한, 노동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켄터키와 테네시에 각각 공장을 열어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을 준수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도 이 공장들은 꾸준히 가동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이때 슈퍼 덕스라는 아웃도어 스포츠 라인과 슈퍼 파브라는 헌팅 웨어 라인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1959년 와일리 칼하트의 사위인 로버트 C. 발라드가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칼하트도 현대화의 시기를 밟게 됩니다.
사업 영역을 넓혀 백화점 체인에 데일리 웨어를 제작해 납품하기도 하지만, 역시 주력분야는 워크웨어였습니다.
1970년대 알래스카까지 연결되는 석유 파이프라인 공사 현장에서 칼하트의 작업복을 굉장히 많이 찾게 되었고, 어떤 환경에도 좋은 작업복이라는 이미지가 정착되며 평판이 높아지고 회사도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그들은 지금까지만 보더라도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아닌 진짜 노동자를 위해 직접 행동을 하였고, '미국 노동자를 위한 옷'이라는 강력한 이미지가 생성되며 정착하게 되었고, 이는 칼하트의 노동자뿐 아니더라도 다른 노동자들도 칼하트를 사랑하게 되는 현상을 낳게 됩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펑크, 그런지, 힙합으로 이어지는 안티 패션이 세상을 주름잡기 시작하는데, 이때 칼하트는 패셔너블함을 거부하는 패션으로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면서 당대 힙합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 시기 1975년 쯔음 덕 액티브 재킷(지금까지도 전 세계 칼하트 내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는 제품)이 생산되었고 힙합패션의 물결에 올라타게 됩니다.
또한 워크웨어가 스트릿의 가장 큰 유행(?)이던 1900년대와 다르게 산업혁명 등이 끝나고 나자 세상은 변화하게 되었고, 이에 발맞추어 1994년 칼하트는 WIP(Work In Progress) 라인을 선보이게 됩니다.(여전히 워크 라인은 생산되고 이 라인은 아직도 진정한 노동자들을 위한 옷을 만들어내고 있다.)
WIP라인은 워크웨어에 기반을 둔 스트릿 웨어로 스케이트 팀, bmx팀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였고,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며 감성에 발맞추어 가고 있으며,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국내에서 빈지노의 스폰서가 되면서 힙합의 이미지를 굳혀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힙한 이미지로 남아있습니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매장은 WIP매장으로 칼하트의 멋적인 모습을 많이 엿볼 수 있는데, 사실 칼하트의 진가는 워크 라인에 있습니다.
일할 때 편안한 움직임과 위험 요소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그들의 방식이 어떻게 노동자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제품을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으며, 퀵 덕, 스톰 디펜더, 레인 디펜더, 포스 익스트림, 방염 기능 소재 등 신기술을 끊임없이 도입해 기존 제품을 개량한 새로운 제품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죠, 특히 칼하트가 만든 두꺼운 캔버스 소재인 덕 캔버스 소재는 캔버스 소재임에도 부드러움과 특유의 미세한 광택감과 튼튼함을 보여주는 소재로 다양한 스트릿 브랜드에서도 많이 찾고 보여지는 소재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두 라인은 공존하며 발매되고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칼하트의 이미지는 모두 이러한 칼하트의 행보 속에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가 접하기로는 칼하트 WIP의 마케팅이나 룩북 등 패션채널로만 접하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 패션채널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그들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했고 사랑했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결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스트릿 웨어라고는 하지만 워크웨어! 하면 떠오르게 되는 첫 번째 브랜드이니까요.
앞으로 노동자들에게 진심이었던 그 가치를 잊지 않으면서, 스트릿 씬에서도 진심 어린 모습으로 엄청난 퍼포먼스와 스트릿에서의 클래식을 또 만들어주길 기대해보며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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