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브랜드들이 있고, 새로운 브랜드들이 무수히 많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시대에 우리들은 몇몇 브랜드들을 근본 브랜드라고 칭하며 세월이 지나도 사랑을 받고 돌고 돌아서 다시 한번 더 사기도 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브랜드도 당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그 어딜 가도 이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근본 브랜드라고 불리는 반스인데요.
어떻게 근본 브랜드가 되었는지, 그리고 근본 브랜드가 되는 조건들은 무엇인지 반스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930년 보스턴의 네덜란드 출신 발명가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밑에서 오늘의 창업주 폴 반도랜이 태어납니다.
이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조금 남달랐는데요, 13-4살의 나이로 주변의 경마장에서 일을 하며 승부사 기질을 보입니다.
그래서 경마장을 기웃대는 아저씨들 사이에서는 dutch clutch(직역하면 지갑의 아내..? 정도가 되겠네요)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는데요.
당시 Randy's rubber company라는 캔버스 신발 회사에서 일을 하던 어머니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아들을 자신이 일하는 회사로 불러들여 일을 시킵니다. 바닥 청소부터 시작해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던 폴은 20년 이후 이 회사의 부사장이 됩니다.(역시 남다른 무언가가 있는 거죠.)
폴과 그의 동료들은 머리가 아주 좋았는데 이 회사를 미국에서 3번째로 큰 회사로 성장시켜 나갑니다.
어느 날 사장은 폴에게 캘리포니아에 망해가는 공장들을 살려내라는 특명을 내리게 됩니다.
그렇게 폴과 폴의 동생 제임스 그리고 친구 고든 리는 캘리포니아로 떠나게 됩니다.
8개월간 공장 살리기에 집중한 세 사람은 공장을 정상화하였고, 오히려 보스턴 매장보다 매출을 올리는 데까지 성공시킵니다.
이를 본 친구들과 폴은 뭔가 가능성을 깨닫고 자신들만의 사업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일본 원단을 미국으로 공급하던 친구를 포섭하여, 1966년 디즈니랜드 근처에 Van Doren Rubber Company를 설립합니다.
이 회사가 바로 반스의 시작인데, 초창기 반 도렌 루버 컴퍼니는 주문제작 방식을 채택하여 주문 다음날 받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모델명이 아닌 넘버링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100개가 넘는 모델 넘버로 사람들은 이에 흥미를 느끼게 되죠.
또한 사업수완이 아주 뛰어나고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폴은, 더 색다른, 구체적인 색상을 원하는 고객이 있을 때 원단을 구해오면 약간의 추가 비용으로 제작해 드리겠다고 하며 최초의 맞춤형 신발의 근간을 잡았다고 볼 수 도 있습니다.
이러한 수완과 성장성으로 10년 후 캘리포니아에 70여 개의 매장을 오픈하였고,
인기가 많아지자 사람들은 풀네임이 아닌 '반스'라고 줄여서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폴은 또 한 번 열린 사고방식으로 회사명을 아예 반스로 바꿔버립니다.
또한, 폴과 그의 친구들이 만든 회사 그리고 이전에 일했던 회사 역시 rubber company였던 점을 생각한다면, 이들의 고무창에 대한 집착이나 그간의 배움 등을 볼 때 당연히 수준 높은 고무창을 만들었을 것 같은데, 역시나 반스의 고무창은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
반스 신발을 어떻게 던져도 신발이 똑바로 선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요. 두껍고 무거운 아웃솔과 가벼운 캔버스 천의 조합으로 무게중심이 하단으로 집중되고 평평하여, 어느 방향으로 던져도 똑바로 서게 되는 것인데요.
당연하게도 이 두껍고 좋은 접지력을 위해 개발한 와플 아웃솔 고무창은 스케이터들에게 인기를 얻게 됩니다.
다양한 팀과 학교 소속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색상의 반스를 구매하여 팀 단위로 신으며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본 것이지요.
이에 폴은 그들을 위해 올드스쿨과 스케이트 하이를 제작하여 발목을 위한 패딩 처리를 하고, 그들의 정신을 기리는 Off The Wall이라는 슬로건을 제작하였으며, 독 타운의 노는 친구들(버려진 수영장을 아지트 삼아 스케이트 타는 인싸들)에게 무료로 반스를 제공하고 모델비까지 지불하는 등, 보더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후에 슈프림이나 스투시가 슈프림이 보더들에게 옷을 나누어 주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반스가 보더들을 알아보고 자신의 아이템을 제공한, 스트릿 씬의 이러한 협찬식의 마케팅의 최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되네요.)
그렇게 성장하던 반스를 폴은 돌연 자신의 경마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마주가 되며 자리에서 물러나고 동생 제임스에게 반스를 물려주게 됩니다.
제임스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잡기 위해서 Serio라인을 구축했는데요. 다양한 직군별 아이템을 제작한 것입니다.
농구화, 축구, 테니스, 러닝 등등 수많은 라인들을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품질이 좋지 못했고, 이는 140억 달러의 빚을 지면서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본 폴은 다시 반스로 돌아와서 3년 동안 수많은 사업들을 철수하며 빚을 갚고, 88년에 7500만 달러에 반스를 매각하며 경영 자리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남게 됩니다.
이후 오로지 스케이터들을 위한 브랜드로 자리 잡으려 확고한 라인을 잡으려 하였으나, 그 잠깐 사이에 수많은 보더들을 위한 브랜드가 탄생하며 점유를 뺏겨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돌파구로 반스는 Warped Tour라는 뮤직 페스티벌에 메인 스폰서로 투어 비용과 반스 신발을 제공하였고, 당시에 컨버스만 신던 락커들이 반스를 신는 현상이 일어나며 반스의 입지와 팬층을 넓히는 계기가 됩니다.
이런 맛을 본 반스는 '문화! 문화가 답이다!'라며 문화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실시했습니다.
'Triple Crown Of Surfing'이라는 스케이트보딩과 비슷한 서핑 대회를 개최하여 컬처 브랜드로써 성장하기 시작했고,
스케이터나 아티스트와의 콜라보가 아닌 슈프림과 처음으로 브랜드 콜라보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 2004년 노스페이스, 디키즈, 이스트팩, 잔스포츠를 소유한 VF corporation에 4억 달러에 매각을 합니다.
다시 한번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반스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였는데,
당시 나이키 아디다스가 진행하던 커스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지요.(이 서비스는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큰 힘을 쏟으며 매장과 복합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식의 매장들을 오픈하였고,
미국만 470개 전 세계에는 50개국 300여 개의 매장이 오픈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근본이라 칭하며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반스입니다.
반스의 스토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근본 브랜드'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일단 몇 가지 조건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하나만 충족해도 깊게 파고든다면 근본 브랜드라는 칭호를 얻기도 합니다.
우선 시대에 획을 긋는 획기적인 기술력입니다.
아무리 좋게 포장을 한다고 한들, 신발과 같은 기능에 충실한 아이템들은 복잡하지 않더라도 신박한 기술로 타겟층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아이템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의 아이템만이라도 어떠한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해 준다면, 그 브랜드의 가치는 덩달아 올라가게 되는 것이지요.
나중에 설명드릴 근본 브랜드들을 예로 들면, 바버의 왁스 코튼(영국의 우중충하고 예보 없이 쏟아지는 비에 옷의 표면에 왁스를 발라 방수기술을 최초로 선보임) 버버리의 트렌치코트(개버딘 소재를 개발하여 왁스 없이도 방수 기능을 보임) 레드윙의 아이언 레인저(광부들이 떨어지는 돌에 발끝을 다치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두꺼운 가죽을 두 번 덧대어 아웃라스트를 제작), 리바이스의 광부들을 위한 튼튼하고 질긴 청바지 등 어떠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죠.
반스의 경우에는 두껍고 무게중심이 하단으로 쏠린 고무창과 어디든 어울리는 범용성 강한 디자인이 되는 경우이겠죠.
두 번째는 한 가지 문화를 대변하는 컬처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반스의 경우에도 스케이트 보더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갑자기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파산보호 신청을 했던 것처럼, 한 가지 문화에 지속적인 관심과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방향입니다.
지금도 반스 하면 어센틱, 올드스쿨과 스케이터 하이 등을 베스트 아이템으로 뽑고, 스트릿 보더 룩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요. 지금도 지속적으로 보드 대회를 개최하며 그들을 후원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듯 말입니다.
또 한 가지 더, 마지막 키워드는 진정성입니다.
현시대는 창업자의 일관성을 많이 보고, 정보도 많이 공유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요.
이러한 문화를 대변하는 어떠한 컬처 브랜드가 된다면, 자신이 표현하고 지지하는 어떤 문화가 단순히 마케팅만을 위한 것인지, 진심으로 그 문화를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인지 무섭게도 대중들은 이 사실을 빠르게 캐치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마케팅만을 위한 브랜딩은 결국 자리를 떠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잘 팔리는 어떠한 문화를 대변하기보다,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고 즐기는 모습들, 대표가 그 문화를 함께하는 모습을 대중은 열광하며 지지하는 모습도, 무섭게 뒤돌아서는 모습도 보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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