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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 패션

패션의 시작과 끝, 젊음과 섹시의 상징. 청바지 <Levi's 리바이스>

by 세모킴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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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빈곤층부터 상위 0.001%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옷장을 열었을 때 청바지가 없는 집은 정말 눈을 씻고 찾아도 보기 힘들죠.

이렇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최초의 청바지를 만들어 낸 리바이스.

 

리바이스 LEVI'S

 

청바지의 인기와는 다르게, 망할수도 있었던 리바이스는 지금 다시 LVC 라인과 함께 쿨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우리 곁에 돌아왔는데요.

이는 패션세계의 깊은 곳에 존재하는 패션 오타쿠들에 의해 소생되었고 200년 가까이 사랑을 받으며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과연 그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그 비결은 리바이스의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진 제품의 성능도 있었지만, 제품만큼이나 튼튼한 '역사'라는 브랜딩에 있었습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청바지의 아버지, 리바이스의 창업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1829년 독일 어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납니다.

당시 독일은 매년 흉년으로 가난에 시달렸고, 아버지는 폐 결핵으로 일찍 돌아가시면서 생계를 위해 어머니와 함께 뉴욕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뉴욕에는 작은 아버지가 먼저 옷가게를 하고 계셨고, 여기서 일을 배우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았으나, 그 벌이도 좋지 못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이 청년은, 기회를 찾아 떠나기로 합니다.

1850년 당시 미국은 서부 개척시대로 그 유명한 골드러쉬(GoldRush)가 한창이었습니다.

미 서부의 광산에서 금이 대량으로 발견되며, 전 세계인들이 미국의 서부로 몰려들어 금을 캐고 있는 기회의 시절이었죠.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이 금빛 행렬에 올라타며 서부로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이미 대량의 금은 동난 상태이며, 작은 사금이나 어쩌다가 발견되는 금들이 전부였던 상황을 본 리바이는 몰려드는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며 185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드 컴퍼니'를 설립합니다.

(처음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하기 위해 서부로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처음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드 컴퍼니는 마차 덮개용이나 텐트, 가방 등에 사용되는 질기고 강한 천을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청바지를 만들게 됩니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말들로 분분한데 그중 가장 신빙성 있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1. 한 사업가가 엄청난 양의 천을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발주하였는데, 그 양을 제작하기 위해 큰 빚을 얻어가며 설비를 확장하여 제작하였으나, 이 사업가가 발주를 철회하였고, 그 많은 양의 천을 처분할 방법으로 바지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2. 함께 일하던 한 직원의 실수로 파란색 염료가 쏟아지며 천이 염색되었고, 그러자 구매자가 이 물자를 거절하면서 바지로 제작되었다.

 

어느 이야기가 진실이든, 당시 험한 지형과 활동성으로 인해 바지는 항상 찢어지기 일수였고, 이러한 니즈를 잘 캐치한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위기를 기회로 되살리며 성공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하지만 아주아주 거칠고 무거운 직물을 사용하던 리바이의 바지는 활동성이 매우 제한되었고 이 또한 급격한 힘이 가해지면 조금씩 터지는 동일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던 와중 재단사이자 수선을 하던 제이콥 데이비스가 이 문제를 리벳을 달아 해결해 내었고, 당시 자금이 없던 제이콥은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동업을 제안합니다.

 

미국 특허 표시를 한 리바이스 패치

 

그 제안을 받아들인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1873년 5월 20일 주머니와 이음새에 리벳을 단 청바지의 특허를 승인받게 되었고,

이는 공식적으로 리바이스 501이 탄생하는 시점이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 해 5월 20일에는 501 데이라고 지칭하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이벤트들을 펼친다고 합니다.)

 

501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당시 많은 재고를 쌓아두었던 컨테이너 넘버가 501번이었기에 501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네요.)

 

이 501진은 초창기에는 '501 오버올'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엄청난 인기를 불러왔고, 순식간에 품절 행진을 이어갑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리바이가 만든 바지라는 뜻으로 Levi's라고 불렀고, 사명을 리바이스로 변경하게 되었으며, 

또한, 바지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프랑스 남부 도시 드 님(De nim)의 특산물로 제작된 면으로 대체하였고(이는 데님이라는 명칭의 시초가 되었다는 이야기 있습니다.), 최초로 컨베이어 벨트 생산체계를 도입하여 대량생산을 시작합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리바이스였지만, 1886년 특허 시효가 만료되면서 너도나도 청바지를 만들어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하였고(이 시기에 단추 여밈을 최초로 지퍼 플라이로 바꾸면서 탄생한 LEE도 있죠.), 시장점유를 뺏기던 리바이스는 한 가지 실험을 합니다.

 

 

말 두 마리를 청바지에 묶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가게 했는데, 이를 리바이스 바지가 버텨내었고, 이 그림을 그대로 로고로 제작해 가죽 패치에 기록하며 리바이스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냅니다.

 

또한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게 금기시되던 시대에 여성용 청바지를 제작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였고, 1940년대 2차 대전 종료된 후 물자 제한 조치를 해제하자 두께가 다른 10가지 실을 사용해 더 튼튼하고 특별하게 만들어 내었으며, 이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제임스 딘 / 마릴린 먼로 / 말런 브랜도

 

또한 1950-60년대에는 할리우드에서 각광을 받으며 한번 더 급부상을 하는데, 당시 시대의 아이콘이자 완판남이던 '제임스 딘', 마릴린 먼로, 말런 브랜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입자 노동자의 상징이던 청바지는 젊음과 반항의 상징이자 쿨하고 멋진 이미지로 변모하게 됩니다.

(완판남 제임스 딘이 입은 바지는 사실 LEE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문은 리바이스의 손을 들어주고 사람들은 리바이스에 열광하게 되죠.)

 

그렇게 꾸준한 사랑을 받을 것 같던 리바이스에게 위기가 또 찾아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캘빈 클라인, 디젤 등이 디자인성이 가미된 고급화 청바지를 제작하기 시작하였고, 리바이스의 입지는 줄어들게 됩니다.

 

nothing comes between me and my calvins 캠페인

 

이에 리바이스는 젊은 사람들을 겨냥한 실버 탭으로 응수하였지만, 1996년 71억 달러의 매출을 찍고 그대로 약 10년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합니다.

 

패스트 패션의 흐름과 프리미엄 진의 대중화 등 원조보다도 질 좋고 멋진 청바지들이 널리자 리바이스가 설곳은 더 이상 없게 된 것이었죠.

여기서 리바이스는 가장 오래된 청바지를 찾는 캠페인을 여는 등, 자기들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인 헤리티지를 내세우게 됩니다.

그렇게 노력을 하였는데 사실 리바이스의 부활은 이 캠페인이나 그들이 내세운 전략이 아닌, 외부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당연히 그들이 그 역사성을 강조함에도 힘이 있었겠지만, 당시 일본에서 '아메카지(아메리칸 캐주얼을 일본식으로 해석하여 복각하며 만들어진 새로운 패션 키워드)'열풍이 불기 시작해 아메리칸 캐주얼 빈티지 제품들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게 되었고, 질긴만큼 오랫동안 생존하던 리바이스의 빈티지 제품들, 그리고 원조라는 타이틀에 리바이스 악성 재고를 찾아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들은 미국의 제품에 대한 찬양과 그 당시의 역사성을 사랑했는데, 그 역사를 재현하기 위해 과거 청바지를 제조하던 방직기를 찾아다니고, 그 당시에만 사용되던(사실은 기술력이 현재보다 떨어져서 사용되었던) 체인 스티치가 가능한 미싱, 원단 등을 찾아다녔고, 복각해서 판매하거나 빈티지 제품들을 리폼해 판매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현재는 미국산보다 더 품질 높은 프리미엄 데님을 일본산 데님이 대체하고 있죠.)

 

그렇게 이들의 수요에 편승해 리바이스는 다시 또 엄청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되었고, 역사성을 강조하는 LVC 라인이 탄생하게 되며 역사가 겸비된 프리미엄 진을 판매하게 됩니다.

 

이는 그 어느 브랜드보다도 브랜딩의 파워를 잘 보여준 사례로 손꼽히는데요, 잘 만들어진 브랜딩은 이렇게 다 죽어가는 브랜드에 강제로 CPR을 시도하며 이전보다도 더 사랑을 받게 만들어 버리죠.

 

또한, 이를 기회삼아 잘 반응한 LVC 라인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LVC 라인은 리바이스에서 가장 오래된 청바지 찾기 캠페인과 더불어 20000개 이상의 리바이스 청바지를 아카이빙 하였으며, 그 옷들의 비밀을 파해치고 재현해내면서 시대별 특징이 반영되고 이를 설명하는 리바이스만의 프리미엄 라인입니다.

(사실 리바이스의 브랜딩의 핵심 마케팅은 LVC 라인이 되겠네요.)

 

LVC

 

이는 44501, 47501, 55501 등 해당 연도에 따라 넘버링으로 불리며 연도마다 핏과 특징이 달라 사람들의 니즈도 그 특색에 따라서 천차만별입니다.

 

1890-501

 

1890년대 탄생을 기념하는 1890 501은 국내에는 단종된 제품이라고 합니다.

5는 최고급 라인이라는 뜻과 XX라는 상징적인 표시가 존재합니다.

9oz 레드 스티치가 없는 최고급 셀비지 데님이 사용되었고, 당시에는 체인 스티치가 아닌 싱글 스티치였다고 합니다.

뒷면의 신치백이 존재하며(허리 조절 벨트 역할), 당시 사용되던 서스팬더를 위한 서스팬더 버튼이 존재합니다.

당시 오버록 기술이 없었기에 안감의 올이 풀려있으며, 백 포켓은 하나로 상징적인 리벳과 함께 존재합니다.

 

37501 히든리벳

 

1937년대의 37501은 경제 대공황에서 벗어나며 제품 수정을 거쳤고, 레드탭을 추가하게 됩니다.

서스팬더 단추를 제거하고 백 포켓의 리벳을 히든으로, 안쪽으로 제작하게 됩니다.

스트레이트 핏이며 10oz의 레드 스티치 셀비지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44501 프린팅 아치
44501 재활용안감

 

1944년의 44501은 2차 대전 당시에 금속이나 직물에 대한 사용을 제한하였던 물자 제한 조치가 있었는데요, 이에 따라 리바이스 역시 상징적인 아치형 스티치를 제거하고 프린팅으로 대체하게 됩니다.(이는 또 사용자로 하여금 사용하면서 점점 페이딩 되는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12oz의 레드 스티치 셀비지 데님이 사용되었고, 안감(주머니) 역시 재활용 원단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백로고에는 S501로 기록되었는데 이 S는 Simple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47501 다이아몬드 스티치

 

1947년 47501은 가장 인기가 많은 라인으로,

부가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약간 슬림한 핏으로 제작되었으며, 현 501 디테일의 원형이 된 모델이라고 합니다.

12oz 레드 스티치 셀비지 데님이 사용되었고, 프린팅에 다시 실로 돌아왔으며, 물자 제한 조치가 없어짐에 따라 백 포켓의 상징적인 아치 스티치는 프린팅에서 다시 스티치로 돌아왔습니다.

또한 아치가 형성되는 부분에 다이아몬드 스티치가 특징입니다.

 

54501

1954년 54501은 청바지를 입으며 '소킹'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몸에 맞게 변형되는 과정인 shirink to fit과 오리지널 지퍼를 채용합니다.

테이퍼드 핏으로 내려갈수록 약간 좁아지는 형태를 보이고, 12oz 레드 스티치 셀비지 데님을 사용합니다.

리바이스 최초로 지퍼를 사용하였고, 이를 패치에 501Z 기록하여 넘버링됩니다.(Z는 Zipper)

 

인조가죽 패치의 55501

 

1955년 55501은 여유 있는 핏으로 바이커들의 박시한 실루엣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Two horse 가죽 패치는 인조가죽으로 변경되어고, 스트레이트 핏을 사용하였습니다.

지퍼 플라이에서 다시 버튼으로 돌아왔으며, 이 모델은 LVC 라인 베스트셀러 중 하나입니다.

 

66501 바텍

 

1966년 66501 젊은이를 상징하는 제품이 되던 시절입니다.

기존의 리벳이 사라지고 바텍 스티칭(여러 번 되감아 박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테이퍼드 핏으로 제작되었고, 백 포켓의 아치 로고는 완만한 아치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약간 밝은 76501

 

1976년 76501 기존과 동일하지만, 슬림한 통과 짧은 밑위를 가진 제품입니다.

기존 인디고 제품보다 약간 밝은 황화 인디고 염료가 사용되어 기존 데님보다 약간 밝은 색을 띱니다.

 

 

이렇게 가장 강력한 무기인 역사성으로 돌아온 리바이스, 과연 새로운 역사를 써낼 것인지, 기존의 역사를 더욱 강화할 것인지, 그들의 행보 역시 기대가 되는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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