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미지를 신경 쓰는 현시대, 브랜드가 고객이나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는 친절해야 하고, 홈페이지는 정갈하며 친근한 대응 등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악플에 같이 욕을하고 상품페이지에 말도 안 되는 횡설수설을 올려놓을수록 인기가 점점 많아지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영국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팔라스입니다.
최근에 구찌와도 콜라보를 할 정도로 엄청난 상승세에 있는 브랜드 팔라스는 앞선 스트릿 브랜드와 명확하게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캘빈클라인에 관한 것인데요.
이전에 다른 스트릿브랜드들의 설명에서 소개해드렸다시피, 90년대 태동한 브랜드나 아티스트들(슈프림, 스투시, 카우스 등)은 모두 당시 가장 파격적이고 인기가 있는 섹시한 속옷 광고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최초로 패션으로 승화시킨 브랜드 캘빈클라인의 광고를 무단으로 도용해 패러디하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며 성장하였죠.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이 캘빈클라인이 현대에 와서는 계속된 하락세를 이어가다 그 탈출구로 선택한 브랜드가 바로 스트릿브랜드인 팔라스였던 것입니다.
팔라스는 그들의 니즈에 아주 부합하는 영상과 아이템들을 만들어 내었고, 이는 곳 캘빈클라인의 부활에 기여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럼 팔라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영국의 슈프림이라 불리우는 팔라스는 1982년 터키 축구선수인 아빠와 요리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브 탄주에 의해 2010년 런던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레브 탄주는 당시 영국의 사우스뱅크에서 하루 종일 보드와 축구를 즐기던 20대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친구들과 보드를 즐기는 사우스뱅크 근처인 워털루에 아주 허름한 아지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허름한 아지트의 이름이 바로 팔라스(Palace;궁전)였습니다.
그는 아지트인 팔라스에서 그의 친구들과 Palace Wayward Boys Choir(PWBC)라는 크루를 만들고 크루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그는 보드 덱을 제작하여 팔았고, PWBC news라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팀원들과 함께 촬영을 하고 영국의 보드 매장인 'cide'에 하루 종일 상영하고 그 대가로 크루 활동을 계속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는 보드를 탈 때 입을 옷이 없다며 불평을 자주 하는 편이었는데, 당시에 제대로 된 스트릿 브랜드가 영국에 없었을 뿐 아니라, 슈프림과 같은 브랜드는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매우 비쌌기 때문이었습니다.
레브 탄주는 크루원인 가레스 스큐이스에게 우리도 슈프림과 같은 영국만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를 만들자고 제안하게 됩니다.
가레스 스큐이스는 당시에 '슬램 시티'라는 영국 유명 보드 전문샵의 공동 사장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시작된 팔라스에 스큐이스는 레브 탄주를 슬램 시티의 행사에 초대하였고, 그 자리에서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인 퍼거스 퍼셀을 만나게 됩니다. 레브 탄주는 퍼거스에게 슈프림의 로고 제작을 부탁하였고, 그렇게 팔라스 삼각로고가 탄생하게 됩니다.
팔라스는 전 직원을 자신의 크루원들과 길거리 보더 친구들을 채용하여 진행되었고, 슈프림과 스투시 같은 브랜드를 표방하였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들 역시 샤넬과 베르사체를 무단으로 패러디하여 아이템을 만들어 내었고, 이 역시도 꽤나 인기가 있었음은 당연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타 다른 보드 브랜드들과 다를 것 없는 행보를 걷던 그때, '팀과 배리'라는 유튜브팀이 팔라스에 접근을 합니다.
'팀과 배리'는 팔라스팀의 영상을 찍고 싶다며 제안을 하였고, 밑져야 본전이었던 팔라스는 이를 수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여기서 팔라스의 아이덴티티가 탄생하게 되는데, '팀과 배리'는 팔라스 팀의 영상을 1080p가 유행하던 그 시기에 역으로 VHS캠을 사용한 90년대 질감의 LO-FI영상,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뉴스 씬, 과격한 음악 등 완벽하게 팔라스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해 내었고, 레브 탄주는 이후로도 계속 팔라스의 영상을 의도적으로 저화질 영상으로 촬영하며 이는 현시대의 업계 표준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정신나간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는데, 다이애나비의 사진이 담긴 팔라 소닉 티셔츠 같은 제품들을 만들어 팔라스가 '팔라스'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었으며, SNS에서 어떤 고객이 욕을 하면 다른 브랜드들의 행보와는 다르게 맞불을 놓으며 욕을 하였고, 정확하고 깔끔하며 친절함이 업계 표준인 상세페이지에는 이상한 개소리를 하며 횡설수설 하기 일쑤였죠.
근데 이러한 대응과 전개는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팔라스를 열광하게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독특한 행보도 있었겠지만, 영국의 당시 시대상과 문화를 집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신사의 나라라고 잘 포장되어있는 영국은 나중에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하며 정확하게 말씀드리겠지만, 락부터 펑크와 하우스, 레이브씬, 모즈족과 바이커족, 훌리건 등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정책에 대한 실패로 인한 실업률과 과도한 인구비율 등에 의해 수많은 노동자 계급을 낳았고, 이는 곧 가장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성향의 하위문화가 발달하고 활성화되었던 나라입니다.
팔라스가 태동할 당시인 2010-2012에도 극악적인 실업률과 더블딥 경제침체, 런던 폭동 등 많은 사건사고들이 오가고 있었던 때입니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둔 영국 정부는 이를 진압하기보다는 묻어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저 앞선 수많은 하위 문화와 그들을 열광케 했던 아티스트들이 모두 사라진 이 시점에 팔라스가 등장하며 개 또라이같은 면모를 보여주니 영국 대중은 그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며 열광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저화질과 개소리들만 범벅하지 않고 당연하게도 룩북같은 경우는 하이엔드 포토그래퍼를 기용하여 트렌디하고 깔끔하게 보여주었고, 매장은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쉽 스토어같이 매우 호화스럽고 깔끔하게 꾸며놓았죠.
이는 신세대와 구세대 전부를 잡는 쾌거를 이루어 냅니다.
또한, 팔라스의 인지도를 수직상승 시켜준 사건이 하나 있는데, 바로 조나 힐의 파파라치 사건입니다.
조나 힐은 영화배우이자 감독이었는데, 당시 평소에 팔라스를 즐겨 입던 조나 힐의 일상 파파라치 샷이 촬영되었고, 당연하게도 팔라스의 관심도는 수직으로 상승하게 되어 다양한 셀럽들이 입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말 찐 팬이었던 조나 힐은 나중에 팔라스의 공식 광고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진짜 애정 어린 모습들을 보여주게 되죠.
그렇게 팔라스는 영국을 시작으로 뉴욕 LA, 도버 스트릿 마켓, 도쿄의 하라주쿠 등 플래그쉽 스토어를 연이어 오픈하게 되었고,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이어갔는데, 또 이게 평범한 방향이 아니었습니다.
축구 브랜드인 엄브로와의 축구 키트 콜라보, 아디다스와의 엄청난 찰떡 콜라보와 수많은 이슈, 테니스 브랜드와의 콜라보, 유벤투스 축구팀과의 콜라보, 랄프로렌의 50주년 콜라보, 캘빈클라인의 부활 콜라보, 아크테릭스와의 콜라보, 아비렉스와의 콜라보, 스텔라 아르투아와의 콜라보 심지어 최근에는 구찌와의 콜라보 소식까지 마냥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가 아닌, 재미있는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팔라 소닉이라는 필름으로 패러디적인 영상과 재미를 선사하고 쿨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죠.
그 위상은 최근의 명품 브랜드 구찌 콜라보까지 보여주며 이제는 슈프림과 견줄 수 있는 어마 무시한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입니다.
말뿐이 아닌 그들의 모든 행동과 시대를 역행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프로페셔널함을 잃지 않는 팔라스의 행보.
앞으로도 또 어떤 브랜드와의 협업 소식을 가져올지와 어떤 괴짜스러움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브랜드입니다.
'라이프스타일 - 패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션의 시작과 끝, 젊음과 섹시의 상징. 청바지 <Levi's 리바이스> (1) | 2022.12.07 |
---|---|
근본 그리고 근본, 왜 근본이 되었는가 <Vans 반스> (0) | 2022.12.03 |
40년 전에 뿌린 씨를 거두는 현 스트릿 패션의 아버지 <Stussy 스투시> (2) | 2022.11.28 |
세계적인 센세이션의 중심이었던 그 브랜드 <OFF-White 오프화이트> (3) | 2022.11.17 |
두번째 슈프림, 어른들의 슈프림 탄생 <NOAH 노아> (1) | 2022.11.14 |
댓글